K-푸드의 글로벌 인기는 구체적인 수출 데이터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라면 수출은 15억2140만 달러, 김치 수출은 1억644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라면·소스·아이스크림 중심으로 수요가 커졌고, 유럽에서는 웰빙 트렌드와 K-스트리트푸드 관심 속에 김치와 쌀가공식품이 강세를 보였다. 중동에서도 매운맛 라면과 소스류 수요가 확대됐다. 세계가 찾는 K-푸드는 더 이상 막연한 유행이 아니라, 반복 구매와 현지 적응력을 갖춘 생활형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 26년 1분기 방한 관광객 476만 명, 성장의 핵심은 ‘식도락’
K-푸드의 인기는 수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이미 이 사실을 직감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흐름은 외래관광객 통계가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5만9471명, 약 476만 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을 넘어선 ‘방향의 변화’다. 지방공항을 통한 입국자가 크게 늘고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K-푸드 소비가 서울의 몇몇 핫플레이스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될 최적의 타이밍을 맞이했다는 뜻이다.
실제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활동도 음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문을 결정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관광 활동이 식도락 관광 63.1%였고, 실제 한국 여행 중 참여 활동에서도 식도락 관광 80.3%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만족한 활동에서도 식도락 관광 65.3%로 1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1위는 한류 콘텐츠 38.3%였다.
이 흐름은 2025년 조사에서도 더 강화됐다.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는 식도락 관광이 가장 만족한 활동 67.9%로 다시 확인됐고, 한국 여행 선택 계기에서 한류 콘텐츠 비중 40.1%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즉 한류가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입구라면, K-푸드는 체류와 소비를 끌어내는 핵심 콘텐츠라는 뜻이다. 그래서 K-푸드를 단순한 수출 품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외래관광을 실제 소비로 전환시키는 ‘현장형 산업’으로 봐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튜브에서 ‘Korean street food’를 검색하면 광장시장, 망원시장, 동문시장 등 전통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서 전통시장을 ‘현지 음식의 원형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소개하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국 방콕의 오르토르코르 시장이 CNN이 소개한 주요 식품시장 중 하나로 고급 식재·현지 음식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일본 교토의 니시키 시장이 일본 전통 식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미식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전통시장, K-푸드의 원형이 살아 숨 쉬는 ‘오프라인 플랫폼’
그렇다면 왜 전통시장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전통시장은 K-푸드의 원형이 살아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광장시장, 망원시장, 동문시장 같은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음식의 조리 방식과 냄새, 속도, 사람의 말투, 골목의 분위기까지 함께 소비되는 체험 장소다. 해외 유튜브에서도 광장시장 먹거리 콘텐츠는 꾸준히 수백만~천만 회대 조회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외국인에게 전통시장이 이미 ‘한국 음식의 현장 교과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푸드가 영상으로 소비된 뒤, 실제 방한으로 이어지고, 다시 전통시장에서 체험되는 선순환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라면, 떡볶이, 김치찌개, 순대, 김밥, 삼겹살, 칼국수, 순두부찌개…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일관되게 전통시장 골목으로 향한다. 뉴욕 맨해튼에서 줄을 서서 먹는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소스 배합도, 파리 한식당에서 인기를 끄는 김치찌개의 깊은 육수 맛도, 그 원형은 전국 수천 개 전통시장 골목에서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거치며 대중화되고 최적화된 결과물인 것이다.
▲ 보호 대상에서 ‘글로벌 전초기지’로의 재구성
문제는 전통시장이 이런 기회를 아직 충분히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상당수 시장에서 점포 공실률 증가, 매출 정체, 고령화 심화 등이 공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전통시장 외국인 관광객 방문행동 심층조사는 전통시장 활성화 전략을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외국인 소비자 행동과 경험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즉 지금 필요한 것은 전통시장 보존론이 아니라, K-푸드 수요에 맞춘 재구성이다.
전통시장을 관광 동선에 제대로 연결하면, 관광객 증가는 곧바로 지역 상권 매출과 체류형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흐름을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상인회는 지금부터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전통시장은 이제 ‘옛 정취와 덤’이라는 감성 마케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소비자가 가장 불편을 겪는 다국어 메뉴판 도입, 명확한 가격 표시제(정찰제), 카드 및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 위생 환경 개선과 동선 정비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외국인 소비경험 조사에서는 31.4%가 가격표시가 잘 안 되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원하는 전통시장의 매력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불투명한 흥정’이 아니라, ‘신뢰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로컬 경험’이다. K-푸드의 세계화를 전통시장으로 연결하려면, 시장도 글로벌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2026년 K-푸드의 미래, 전통시장에 길을 묻다
2026년 현재, K-푸드는 더 이상 공장 라인에서만 생산되는 제조 산업이 아니다. 한류가 불러온 세계적 관심이 방한 관광으로 이어지고, 그 여행의 만족도를 음식을 통해 완성하며, 그 음식의 진짜 오리지널리티를 전통시장이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고 있다.
이제 전통시장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보호 대상을 넘어, K-푸드 세계화를 견인하는 ‘최전선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지금, 대한민국의 전통시장은 그 세계가 한국의 진면목을 가장 먼저 맛보는 최고의 무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