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일보]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새들은 오는 11월 4일부터 21일까지 해움 4기 입주작가인 이소연 작가의 개인전 《빗질한 번개》를 개최한다. 해움 윈도우 갤러리와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형태를 추상적인 조형 언어로 옮겨 온 작가의 회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소연의 작업은 나뭇가지가 뻗어 오르는 모습, 옥수수 낱알의 반복, 수면 위 물방울의 둥근 형태, 번개 치는 하늘의 명암처럼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질서와 리듬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규칙과 질서를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 형태와 생명감을 지닌 유기적 형태의 경계에서, 복잡한 자연의 형상을 단순하고 간결한 추상 형태로 환원해 왔다.
전시명 《빗질한 번개》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 등장하는 책 제목에서 가져왔다. ‘빗질’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며 결을 고르는 일이고, 번개는 예고 없이 한순간에 지나간다. 둘을 한 문장에 놓으면 번개를 빗질하려는, 될 리 없는 일이 떠오른다. 논리로는 성립하지 않지만 문장으로는 성립하는 이 말처럼,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도 얼마간 이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화면은 반복되는 붓질로 쌓인다. 포도알이나 나뭇잎 같은 형상은 붓질을 여러 번 겹쳐 한 색에서 다른 색으로 넘어가는 그라데이션으로 채운다. 한편 테이프와 물감을 겹겹이 올리고 다시 떼어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형상 하나하나의 경계는 명료하게 남는다. 같은 모양이 거듭 쌓여 송이를 이루고, 그 뒤로는 가로 띠와 비스듬한 줄무늬가 깔린다.
질서를 세우려 할수록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생기고, 이를 바로잡으려 붓질을 더하면 또 다른 어긋남이 생긴다. 작가는 그 어느 쪽도 지우지 않았다. 작가는 '바벨의 도서관'을 읽으면서, “같은 무질서가 되풀이되면 그것이 곧 하나의 질서가 된다”는 마지막 대목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질서를 세우려 한 흔적과 끝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한 화면에 함께 머무는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