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⑩ 요리연구가 이은희의 김치이야기 - 자연의 향이 쌀밥 위에, ‘우엉김치’
    • 요리연구가 이은희 달고구미 한국전통음식연구원 원장
      요리연구가 이은희 (달고구미 한국전통음식연구원 원장)
      우리 김치의 다양한 요리법과 건강식에 대해 독자들이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지식을 재미나게 풀어보고 싶다.

      ▲ 10월의 김치: 자연의 향이 쌀밥 위에, ‘우엉김치’

      10월은 낮에는 살짝 덥다가도 저녁과 새벽이 되면 찬바람이 볼 끝을 스치고 지나가, “어! 이게 찬바람인가?”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계절이다. 이렇게 낮에는 덥다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가을비라도 내리면, 어느덧 가을이 중반에서 끝으로 달려가면서 초겨울이라는 친구를 불러오는 듯하다.

      이런 날씨에는 나 같은 요리연구가들은 재래시장 구경을 많이 나가게 된다. 가을 재래시장에는 정말 먹거리가 가득하다. 색이 엄청 예쁜 햇건고추가 먼저 눈에 들어오면 입에서는 연신 “예쁘다”라는 소리가 끝날 줄을 모른다. 또 누런 늙은호박이 떡하니 매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서 제발 데리고 가라고 손짓도 하고 있다. 거기에 강낭콩에 울타리콩, 그리고 검정강낭콩 등 다양한 우리나라 재래종 콩들이 가득하다.

      참 행복하다.

      재래시장에서 이렇게 좋은 먹거리를 볼 때면 요리연구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또 한번 우리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감사를 드린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빙그레 웃음을 숨기며 지나갈 때쯤, 내 눈에는 호박고구마에 밤고구마, 그리고 추석이 지나 맛이 제대로 든 토란이 가득하고, 거기에 토실토실한 연근, 그리고 자연의 향이 입안에서 춤추는 우엉까지~~~~~

      정말 멋지다.

      이렇게 탄성을 뒤로하고 내가 달려간 곳은 바로 우엉 앞이다.

      가을 우엉? 향~~~ 진짜 좋다.

      가을 우엉은 참 길다. 그리고 그리 굵지 않아 속에 심이 들지 않아서, 그대로 물에 헹궈 이로 잘라 먹어도 그리 질기지 않다.

      연근처럼 끈적거리지 않는 우엉은 해독에 도움이 되며, 이눌린 성분과 풍부한 식이섬유가 요즘 사람들이 걱정하는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엉은 껍질을 벗기면 갈변이 일어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하지만, 요즘처럼 제철 우엉은 전분이 그리 많지 않아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래서 오늘은 갈변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우엉 요리 가운데 한 가지, 가을 우엉김치를 만들어 볼까 한다. 가볍게 만들 수 있고, 가볍게 또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대접받는 김치, 바로 우엉김치다.

      우엉김치는 경상도 지방의 김치로, 주로 대구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 먹는 가을김치다. 멸치액젓과 멸치 진젓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우엉 향 덕분에 젓갈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아 젓갈을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가을김치다.

      가을 우엉은 ‘모래밭의 인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을 보약이라 할 수 있는 식재료다. 자, 모래밭의 인삼으로 만드는 우엉김치로 10월의 입맛을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맛있는 우엉김치 레시피를 공개한다.
      ▲ 우엉김치 만들기

      △ 재료:우엉 8줄(약 2kg)
      △우엉 절임: 꽃소금 2큰술 + 올리고당 1/2컵
      △ 채소와 젓갈: 청고추 10개, 홍고추 5개, 청양고추 5개, 쪽파 100g, 고춧가루 200g, 멸치 진젓 100mL, 통깨 약간
      △ 양념장: 쌀밥 1공기 + 사과 1개 + 양파 1/2개 + 알마늘(깐 마늘) 1컵 + 생강 30g + 멸치액젓 1컵 + 매실청 1/2컵

      ▲ 만드는 법:

      1. 우엉은 감자칼로 껍질을 벗겨 약간 길쭉하게 어슷 썰어 바로 냉수에 담가 준다. (물을 미리 큰 대야에 냉수로 받아 놓고 하면 갈변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2. 이렇게 썬 우엉을 냉수에 여러 번 헹궈 물기를 빼 준다.
      3. 물기를 뺀 우엉에 꽃소금과 올리고당을 넣고 버무려 30분 정도 절여 준다. (절이는 동안 사이사이 뒤집어 주고, 큰 비닐로 덮어 공기를 차단해 준다.)
      4. 청고추, 홍고추, 청양고추는 반으로 잘라 채 썰고, 쪽파는 5cm 길이로 자른다.
      5. 양념장 재료를 믹서에 갈아 준다. (우엉김치에는 배보다 사과를 사용하면, 사과의 유기산이 갈변도 막아 주고 상큼함도 함께 준다.)
      6. 30분 정도 절인 우엉은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고춧가루를 반만 섞어 물을 들여 준다.
      7. 만들어 둔 양념장에 고춧가루 물을 들인 우엉을 넣고 버무리고, 나머지 고춧가루와 진젓을 넣어 다시 버무려 준다.
      8. 여기에 준비한 나머지 채소를 넣어 버무린다.
      9.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완성한다.

      ▲우엉을 선택할 때

      우선 마른 우엉은 질기다는 것을 알고 촉촉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굵기는 50원짜리 동전 굵기로 고르면 속이 비지도 않고 질기지도 않다. 사용하고 남은 것은 키친타월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우엉 껍질은 고기 요리를 할 때 고기의 잡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니, 말려 두었다가 사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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