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차를 달이고, 글을 짓고, 삶을 짓다” 카페 ‘공간’에서 만난 한식대가 백선희의 정성 한 잔
    • Q 백선희 한식대가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식일보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0년째 카페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백선희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차 한 잔과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곤 했습니다. 찻집을 운영하는 것은 제가 늘 품어온 꿈이었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종이에 그날의 느낌을 끄적여 내려갑니다. 성지순례를 다니거나 음식을 맛볼 때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옮길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차를 만들고, 그 차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빚으며, 또 그 마음을 글로 담아내는 것—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지금의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2026년 한식대가로 선정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야로 선정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한방차와 한식 디저트 분야입니다. 시작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께서 마당에 키우신 한 그루 대추나무의 대추로 대추차를 끓여보고, 아버지께서 손수 심으신 생강으로 생강차를 만들어본 것이 전부였거든요. 그 정성으로 키운 식재료로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차 한 잔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게 그저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아버지께서 좋은 식재료로 제게 건강을 가르쳐주신 셈이지요. 그 남다른 가르침 덕분에 제가 만드는 차 한 잔에는 늘 건강이 먼저 자리하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둘 정성을 쌓아가다 보니 이제는 ‘음청류 전문가’로 불리게 되었고, 한식대가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디저트로도 넓어졌습니다. K-푸드가 대세인 요즘, 설탕이나 버터를 넣지 않는 건강한 쿠키와 저당 양갱, 제철 과일로 만드는 저당 수제잼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우리 음식 속에 감추어진 건강한 음청, 즉 차와 디저트의 맛을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글솜씨가 아주 뛰어나시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여행을 다니며 노포나 맛집 속 한식의 매력을 글로 풀어내신다고요. 대가님이 쓰시는 글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칭찬이고요. (웃음) 여행이라기보다는 성지순례를 좋아해서 다니다 보면, 단순히 ‘맛집’이라기보다 ‘맛이 멋스럽게 느껴지는 집’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곳을 발견하면 그 음식 속에 담긴 주인장의 철학이나 요리사의 오랜 정성을 단지 입과 눈, 코로만 소비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특히 우리 한식에는 긴 시간이 숨어 있고, 누군가의 고단함이 배어 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노포 속에 숨어 있는 그런 깊은 음식들을 볼 때, 제 부족한 글로나마 그 맛과 정성을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Q 지금 늦깎이 대학생으로 학교에 다니고 계신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공부하고 계시는지, 또 늦은 나이에 학업을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으니 좋은 식재료는 얻을 수 있었지만, 더 깊이 있는 건강한 차와 디저트를 만드는 데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쿠키나 빵, 케이크를 만들어봐도 시중의 맛을 내려면 버터와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이왕 긴 시간을 들여 수고스럽게 만들 거라면, 제대로 공부해서 진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권귀숙 명장님께 전통차를 배우며 전통차 소믈리에, 전통차 명인, 음청류·차(茶) 소믈리에, 궁중디저트 소믈리에, 외식경영관리사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후 명장님의 추천으로 호서재단 호서전문학교 식품조리학과에 진학해 한식, 양식, 떡, 제과제빵, 약선음식까지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죠. 50이 넘은 나이에 카페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니 몸이 고되어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수없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김태순 학과장님께서 따뜻하게 이끌어주신 덕분에 무사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뜻이 맞는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고 실습하며 보낸 그 시간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훗날 돌아보면 이 학창 시절이 참 많이 그리워질 것 같아요.

      Q 대가님만의 확고한 요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가 참 행복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제가 먼저 즐거워야, 드시는 분들께도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참 건강하고 맛있다”고 말씀해 주실 때 느끼는 그 벅찬 감정이 제겐 가장 큰 보람입니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듯, 약을 먹기 전에 매일 먹는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제철 식재료를 다듬어 직접 만드는 차와 디저트가 누군가에게 건강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그것이 제 요리 철학이자, 요리는 곧 건강과 행복이라는 믿음입니다.

      Q 앞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싶으신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지금,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천천히, 그리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도록 돕는 자연치유 음식과 차, 디저트를 더 깊이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면 헬스푸드와 자연치유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정성껏 만든 차를 예쁜 찻잔에 담아낼 때, 또 그 마음을 글로 적어 내려갈 때 가장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짓고, 그 맛을 글로 옮기는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제게 주어진 작은 글솜씨로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훌륭한 노포와 맛집들을 더 많이 찾아내어 세상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지금 내어주신 한방차를 마셔보니 약선음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한방차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을 텐데요. 곁들여진 달지 않은 양갱도 참 독특한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방차는 좋은 약재를 시간과 정성으로 달여내는 음료입니다. 당연히 과정이 쉽지 않지요. 하지만 어렵고 번거로운 만큼 더 신중하게, 온 마음을 다해 차를 내립니다. 그 긴 수고로움의 시간을 거치다 보니 제 급했던 성격도 많이 차분해지더군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긴 노력이 깃들어야만 비로소 깊은 맛의 차 한 잔이 완성됩니다.
      곁들여 드신 작은 양갱 하나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알리고 싶은 건강한 식재료들을 다양하고 예쁜 모양의 양갱 안에 담아 마음을 전하는 것이죠. 끓이고 굳히는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양갱을 받으면, 드시는 분들도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십니다. 시간과 수고가 온전히 녹아들어야 진정한 맛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음식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방차를 비롯한 우리 전통 음청류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비로소 한방차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K-디저트 열풍이 불면서 젊은 친구들도 우리 한방차와 디저트를 세련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음료가 있지만, 우리 전통 한방차는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맑고 건강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단지 돈을 따라가려 한다면 그리 쉽게 벌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한방차와 우리 전통 음청류를 깊이 배우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고유의 마실거리이자 진정한 K-디저트라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그루 대추나무와 생강밭에서 시작된 소박한 정성이, 오늘 2026 한식대가라는 이름으로 피어나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주신 백선희 대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어가실 자연치유·헬스푸드 연구와 카페 ‘공간’의 여정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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