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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선생쿠킹스튜디오 홍윤경 대표 ] |
위는 편안하게 하고, 풍은 멀리하며, 장은 튼튼하게 하고, 당은 균형 있게 돌보는 밥상. 이것이 제가 말하는 '위풍장당 활력 한끼'입니다. 자연이 주는 제철 식재료에 손맛이 더해질 때, 음식은 비로소 건강한 삶의 힘이 됩니다.
▲ 여름의 첫맛, '하지 감자' 이야기
어릴 적, 장마가 막 시작되기 전이면 어김없이 집 마당 한켠에는 흙 묻은 감자 자루가 놓이곤 했다. 호미로 툭툭 캐낸 작고 단단한 감자들,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솥에 넣어 푹 쪄내면 김 사이로 퍼지는 고소한 향이 온 집 안을 채웠다. 손끝으로 껍질을 살짝 벗겨 한 입 베어 물면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맛있던 그 담백함. 그 시절의 감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계절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인사였다. 그렇게 우리 집 여름은 '하지 감자'로 시작되었다.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감자는 수분이 많고 조직이 부드러워 유난히 포슬하고 달큰하다. 특히 비타민C가 풍부해 더위로 지친 몸의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부종 완화에 효과적이다. 식이섬유 또한 풍부해 장 건강을 돕고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막아주는 착한 식재료다. 무엇보다 감자의 전분은 위벽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어 속을 편안하게 다독여준다.
감자로 만드는 시원한 한 끼를 소개한다
'감자 냉국수'
이번 여름에는 늘 먹던 콩국수 대신 한 번쯤 색다른 별미인 감자 냉국수를 권해 본다. 곱게 갈린 감자의 부드러움과 우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입안에서 조용히 퍼지며 더위를 잊게 만든다. 자극적이지 않은 깊은 맛,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름 한 그릇이 될 것이다.
▲ '감자 냉국수' 레시피
△ 주재료: 감자(중간 크기) 2개, 땅콩 50g, 잣 1큰술, 소면 200g, 우유 500ml, 소금, 얼음
△ 고명: 오이 1/3개, 토마토 1개, 흑임자 약간
△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놓는다.
2. 손질한 감자는 한 입 크기로 썰어 냄비에 넣고, 감자가 잠길 만큼 물을 넉넉히 부은 뒤 소금을 약간 넣어 삶아준다.
3. 삶은 감자에 감자 삶은 물, 땅콩, 우유를 넣고 걸쭉하게 갈아준 후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힌다.
4. 삶아 놓은 소면을 그릇에 담고 얼음을 넣은 뒤, 오이채와 토마토, 흑임자를 얹고 차게 식힌 감자 국물을 부어 낸다.
5. 기호에 맞춰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
하지 감자의 진짜 매력은 '치유의 결'에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은 지친 마음까지 내려앉히고, 따뜻하게 익힌 감자 한 알은 마치 위로의 말 한마디처럼 속을 채운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밈없는 진심, 그것이 감자가 가진 힘이다. 그래서일까, 몸이 피곤한 날 괜히 찐 감자 한 알을 찾게 되는 이유는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좋은 음식은 입을 즐겁게 하기 전에 몸을 안심시킨다."
흙의 온기를 머금고 계절의 시간을 지나온 이 작은 덩이는 우리에게 자연의 속도로 천천히 가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오늘 저녁, 소금 한 꼬집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감자 한 알로 스스로를 다정히 대접해 보는 건 어떨까.
'음식은 사랑입니다.' 홍윤경의 '위풍장당' 활력 한끼
※ 하지(夏至) 감자는 1년 중 낮이 가장 긴 절기인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감자를 말합니다. 보통 6월 중순~하순에 수확되며, 이 시기의 감자는 전분과 수분의 균형이 좋아 연중 최고의 맛을 자랑합니다.
글/레시피. 홍 윤경
現 홍선생쿠킹스튜디오 대표
現 국가공인 조리기능장
現 한식대가(제2020-111호)
現 한식조리명인(제2021-0041)
現 치유음식대가(제2022-84)
現 혜전대학교 호텔조리계열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