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보는 유망한 청년 셰프들을 꾸준히 발굴하여 그들의 열정과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릴 예정이다. 이번 청년 셰프 인터뷰에서는 웨스틴 조선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에서 면 요리와 딤섬, 튀김 등을 책임지고 있는 조성호 셰프님을 만나 인터뷰 하였다. '미운 오리 새끼의 기적'이라는 부모님의 응원 속에 자신의 길을 찾고, 요리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조성호 셰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조성호 셰프님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질문으로 셰프님이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조성호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요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국·영·수 위주의 수업보다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어요. 부모님께서는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워하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요리를 배워보라고 권유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미운 오리 새끼의 기적'이라고 부르셨어요. 학교라는 오리 무리 속에서 제가 오리인 줄 알고 지냈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꿈을 품은 백조였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이제 저는 그 백조로서 큰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요리라는 꿈을 품고 도전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처럼, 제 가능성을 믿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Q. 요리를 배우고 처음 주방에 섰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솔직히 첫날은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300명이 넘는 손님과 선배들이 말 한마디 없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에 어디에 있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정도였죠.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잠깐이나마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고, 제가 만든 음식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어요. 그 짧은 순간에 가슴이 뛰었고, '아, 이 길이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Q. 현재 어떤 곳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그곳에서 맡고 계신 역할과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현재 저는 웨스틴 조선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 주방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누들 파트를 담당하며 우동, 소바, 쌀국수 등 다양한 면 요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섯 종류의 딤섬과 네 종류의 튀김도 책임지고 있고요. 이처럼 다양한 메뉴를 맡고 있는 만큼, 매일이 배움과 도전의 연속입니다.
Q. 셰프님께서 추구하는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요? 본인만의 요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주신다면?
제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함께 나누며 즐기자"입니다.
나중에 제 가게를 열게 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그 맛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 순간이야말로 최고의 '가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저는 영감을 얻는 방식이 조금 독특한 편입니다. 특정 육류를 사용할 계획이 있으면, 그 재료와 어울릴 수 있는 허브, 스파이스, 가니시 등을 서양과 동양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조사합니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향이 센 육류에는 그 향을 줄이거나 더 강한 풍미를 내기 위해 여러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처럼, 재료들의 공통점을 찾고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 메뉴를 만들어 갑니다. 이렇게 개발한 메뉴는 대회에 출품하거나 다른 셰프님들께 시연하며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받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듬는 것이 저만의 방식입니다.
Q.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아직 젊은 저에게 '큰 도전 과제를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고르자면 군대에서의 경험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단체 급식의 한계, 창의성보다는 안전성을 중요시하는 군 급식, 그리고 군대 식사를 좋아하지 않는 선임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좌절하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재료 손질에 조금 더 정성을 들이고, 간단한 조리법 대신 손이 더 가더라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을 선임들이 "밥맛이 좋아졌다"고 말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요리는 결국 정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Q. 셰프님께서 보시기에 최근 한식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이합니다. 광복 후 6·25 전쟁까지 겪으며 힘든 시기를 지나온 대한민국은 이제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습니다. K-POP, K-드라마, 그리고 K-FOOD까지, 이제는 우리의 세대가 꽃을 피우는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식은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징그럽다고 기피하던 닭발이 이제는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외국인들이 직접 찾아서 먹어볼 정도로 관심을 보입니다. 이는 K-컬처의 영향력이 음식까지 확장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는 한식'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맛과 문화를 당당하게 보여주는 시대입니다. 한식 본연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Q.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저는 "음식과 문화는 국력과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음악, 드라마 등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불고기, 비빔밥 같은 대표 메뉴를 넘어 이제는 우리나라 고유의 장점을 살려야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해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발효 문화를 통해 깊은 풍미를 낸다는 점, 영양과 균형을 중시하는 식습관 같은 특색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 '한식의 멋'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경험이 많은 베테랑 셰프들과 비교했을 때, 청년 셰프들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경험이 많고 훌륭하신 분들을 보며 배울 점이 많습니다. 동시에 우리 청년 셰프들의 강점은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룬 것이 많지 않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반복합니다. 또한, 베테랑 셰프님들보다 더 자유롭고 폭넓은 새로운 문화와 음식 조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Q. 셰프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요즘,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브랜딩은 셰프의 실력과 철학의 압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셰프들은 아이스크림을 뜨는 숟가락 모양만으로도 그 셰프의 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도 분자 요리를 대표하는 최현석 셰프님, 건조·숙성 등 자신만의 기법을 내세운 김도윤 셰프님처럼 고유한 장점을 일관되게 구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이름만으로도 전달되는 가치'를 가진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셰프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셰프로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기본을 다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한 번의 성공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하면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자세로 돌아가, 도전자의 마음가짐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사람 '조성호'로서는 사람들과 베풀고 나누며, 모두가 굶지 않고 함께 먹는 만찬의 시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훗날 제 가게를 열면 매달 정해진 하루의 순수익 전액을 정기적으로 고아원이나 아동복지센터에 재료를 사들고 가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 혼자 값비싼 소갈비를 먹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떡과 포도주가 넘치는 그런 잔치의 가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진심이 담긴 요리 철학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성호 셰프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 그의 요리와 꿈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