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 선희 (요리연구가 겸 맛 컬럼리스트)
인천의 한 도시에서 전통차 카페를 하는 요리연구가다음식을 만들기보다,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을 맛보는 것보다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요리연구가다.
글로 요리하는 백선희와 맛 찾아 함께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늘 아침잠이 많은 나는
오늘처럼 현장학습이 있는 날엔 시간을 맞추느라 거의 밤을 꼬박 새우고 나온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 신경 쓰는 편이다.
이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일어날 때 나의 피곤함을 잊게 해주는 건 바로 신선하고 맑은 새벽 공기다. 그 공기가 내 콧구멍을 뻥뻥 뚫어주는 듯하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날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일은,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강화도 교동으로 현장학습을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혼자 카메라 들고 떠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는 현장학습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게 우리가 찾게 될 곳은 강화도?
인천에 태어나 인천에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조금은 특별한 강화도.
강화도는 어느 한 곳 예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어느 한 곳 기억 속에서 버릴 곳도 없는 섬이다.
이젠 다리가 놓여서 섬이 아닌 섬이 된 강화도.
세상이 너무 빨리 많이 변화하여 낭만을 느낄 수 없음이 늘 아쉬움이고,
늘 우린 또 그렇게 살아가지만, 늘 여기 이곳에서 날 반기는 섬 강화는 낭만덩어리다.
그래서 내가 강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조금 늦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내 가슴이 닿는 느낌들은 소중히 다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
훗날 내 기억이 추억으로 남아있게
좋은 기억들로만 꽉꽉 가득가득 채우리라~~
오늘 함께한 이들과 오늘을 기억하며 훗날 웃고, 박수치고, 떠들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며 그렇게 놀고 싶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서 내려 쭉 뻗어 있는 배추밭 사이로 조심히 걸어본다.
초록초록 굵은 배추밭에 자기도 배추인 양 편안히 쉬고 있는 고양이가 햇볕이 따뜻하다며 날 유혹하고 있다.
참 예쁘다.
배추밭.
그렇게 배추밭 사이를 걷고 또 걷다 보면 배가 고플 때 밥집 하나가 날, 아니 우리를 유혹한다.
여자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를 멈추게 하는 밥상을 내주는 멋진 밥상은
"이제 진정으로 건강한 밥상이구나!"라고 감탄이 나오게 하는 작은 식당이다.
이곳의 밥상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밥상이고,
특별해 보이는데 특별하지 않은 밥상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듯하지만 알 수가 없는 밥상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
왠지 주방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싶은 맛,
신선한 맛, 건강한 맛, 맛있는 맛! 이다.
쥔장의 손은 벌써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할 정도로 빠르다. 간장게장의 살을 미리 발라내어 먹기 좋게 완성해 놓으시는 센스까지,
예쁜 사장님의 지나친 배려에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서 꺼낼 시간이 없다.
강화도만의 싱싱함이 가득한 양념게장도 토실토실하여라.
그리고 짜지 않은 직접 만드신 쌈장은 예술이다.
여기에 예쁜 사장님은 직접 농사지으신 쌈 채소로 예쁘게 쌈 싸 먹는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예쁘고
알차게 한 쌈 싸서 입안에 넣어주셔서 행복 속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행복한 맛을 즐기는 곳이 바로 강화 석모도의 맛모아식당이다.
맛모아식당은 우리가 말하는 노포다.
아주 오래된 식당이다.
그런데 오래된 식당이 아닌 듯 꾸민 것도 같지만 안 꾸민 것도 같고, 화려하지 않지만
그냥 많은 시간 정성이 가득한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리 없이 풍성한 상차림, 티 내지 않은 진정한 재료의 선택과 맛이 느껴지는 상차림이 있는 곳이다.
이렇게 많은 음식 중에 요즘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한 가지를 추천하고 싶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타고 떠나온 객들에게 한 상차림 속에 숨어있는 백합탕.
정말 시원하고 담백하면서 살짝 올려진 청양고추는 사장님 말씀대로 아무것도 안 넣은 백합탕에 할 일을 다 한다고 말하셨다.
요즘 백합, 상합이 정말 좋다.
이럴 때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백합탕을 소개하면서 오늘 맛모아식당 이야기를 맺으려 한다.
▲ 백합탕(상합탕) 레시피
▲ 재료 (4인분 기준) 백합(상합) 1kg, 물 1,000ml, 조선간장 2큰술, 소금 한 꼬집, 다진 마늘 1개 분, 청양고추 2개
▲ 만드는 법:
1. 백합은 소금을 약간 푼 물에 담가 해감을 시킨 뒤, 2~3회 헹궈 물기를 빼준다.
2. 마늘은 곱게 다지고,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3. 냄비에 물과 백합을 함께 넣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이때 국물이 뿌옇게 우러나면서 거품이 심하게 올라오는데, 거품은 살짝 걷어내도 좋다.)
4. 백합의 입이 다 벌어지면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끄기 직전에 청양고추를 넣어 완성한다.
※ 알고 갑시다
백합과 상합은 같은 조개라고 할 수 있다. 백합을 상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합은 속살이 실하고 크고 통통한 것이 특징이며, 국물이 뿌옇게 우러나면서도 비린 맛이 적다. 또한 다른 조개처럼 모래를 많이 머금지 않기에 해감을 살짝만 해도 좋다. 다른 조개에 비해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으며, 뼈 건강과 빈혈 예방에도 아주 좋다.
▲ 맛모아식당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463번길 10-1 맛모아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