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보는 유망한 청년 셰프들을 꾸준히 발굴하여 그들의 열정과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커피 업계에서 주목받는 20세 청년 바리스타 정제인을 만났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커피의 본질과 스무 살 청년 바리스타가 그리는 한국 커피의 미래를 들여다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정제인 바리스타님. 독자분들께 본인에 대한 소개와 함께, 2025년 대한민국 국제 제과&요리 경연대회 금상 수상 및 심사위원 위촉 등 최근의 눈부신 활약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식일보 독자 여러분! 커피를 사랑하는 20살 바리스타 정제인입니다. 우선 운이 좋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눈부셨다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니 대회 금상과 심사위원 위촉이라는 결과가 따라와 주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항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한 단계씩 더 성장하는 바리스타가 되겠습니다.
Q 수많은 길 중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커피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러던 와중 영상으로 우연히 한 명의 바리스타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본인의 커피를 소개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의 시연을 보면서 저는 제가 생각하고 있던 바리스타가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만의 커피를 알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많은 사람에게 저만의 커피를 소개하고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5개 전 모듈을 '프로페셔널' 레벨까지 완수하고 All Diploma를 취득하셨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방대한 과정을 모두 섭렵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렇게까지 커피의 전 과정을 학술적으로 깊게 파고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커피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잘 내리는 사람’에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농장, 가공, 유통, 로스팅, 추출까지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중 일부만 알고 판단하는 게 늘 아쉬웠습니다. 전 과정을 공부한 이유는 커피의 전체적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감각과 알고 있는 지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SCA 협회에서 공인하는 트레이너 AST(Authorized SCA Trainer)를 준비하고 있는데,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다양한 커피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SCA 전 과정을 이수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생두(Green Coffee)부터 로스팅, 센서리, 브루잉, 바리스타 스킬까지 모두 섭렵한 후 커피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커피를 주로 결과물 중심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왜 맛이 좋은지, 추출이 잘 되었는지와 같은 부분에 집중했지만, 생두, 로스팅, 센서리, 브루잉, 바리스타 스킬까지 전 과정을 공부한 이후에는 커피를 선택의 연속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한 잔의 맛은 추출하면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농장의 재배 환경, 가공 방식, 로스터의 판단과 노력, 바리스타들의 의도가 같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커피가 맛있다’보다 ‘왜 이런 맛이 되었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커피를 이전과 가장 다르게 만들어 준 변화라고 생각해요.
Q 기자로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K-푸드가 세계적인 열풍인데, 한국의 전통 디저트나 한식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전통 디저트와 한식에 어울리는 커피의 핵심은 강한 향미나 과한 바디보다는 커피의 밸런스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단맛은 직선적이기보다는 은은하고, 재료만이 가진 풍미가 겹겹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지나치게 쓴맛이 강하거나 로스팅 향이 지배적인 커피보다는 음식과 디저트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산미가 깨끗하고 질감도 부드럽고 향이 투명한 커피가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서 약과 같은 꿀의 단맛이 있는 디저트에는 밝은 산미로 입안을 정리해 주는 베리류나 시트러스 계열의 플레이버 노트를 가지고 있는 커피가 좋고, 떡 같은 디저트에는 곡물이나 차의 플레이버 노트를 가진 커피가 좋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커피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K-푸드의 섬세한 맛을 같이 강조하여 조화로운 밸런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K-바리스타'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 수준입니다. 정제인 바리스타님이 보시기에 한국 커피(K-Coffee)만이 가진 차별화된 정체성은 무엇이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한국 커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정보와 기술 트렌드 등을 빠르게 흡수하고, 이를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 내는 능력은 독보적인 것 같아요. 특히 바리스타들의 개인 역량이 높고, 센서리나 테크닉, 서비스 디테일에서도 한국만의 정교함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세계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바리스타들의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라 한국 커피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커피를 선택했는지, 이 커피에서 어떤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언어와 콘텐츠로 명확하게 전달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국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소개할 때 테크닉 위에 바리스타들만의 서사와 철학을 얹는 단계로 나아간다면 한국 커피가 발전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2025 KOREA 월드푸드 챔피언십 심사위원으로서 참가자들을 평가하실 때, 기술적인 숙련도 외에 가장 눈여겨보시는 '한 끗' 차이는 무엇입니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프레젠테이션입니다. 참가자들 모두 대회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의 심사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인이 준비한 커피를 자기만의 색깔로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월드푸드 챔피언십의 경우 대회용 원두를 직접 지정해 주는데, 참가자분들이 지정된 원두를 자기만의 센서리와 테크닉 그리고 레시피와 맛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본인만의 커피를 잘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Q 바리스타 학원에서 강사로 활동했을 때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셨습니다. 기술 전달 외에 '바리스타의 태도'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분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자기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겸손해라’ 이 두 가지입니다. 커피는 날씨에 따라서 커피 맛의 뉘앙스나 전체적인 것들이 많이 달라져요. 학생분들께서도 현장에 나가셨을 때 이런 변수들을 빨리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본인의 실력을 믿고 노력하여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 성과나 결과가 나왔을 때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감은 좋지만 너무 과해지면 자만이 되어버리거든요. 자만하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고 점점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2025년의 정점이 현재라면, 5년 뒤 혹은 10년 뒤 '바리스타 정제인'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다른 바리스타들에게 존경을 받는 바리스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커피 시장이 점점 더 진화하고 발전하는 것처럼 젊은 바리스타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나중에 몇 년이 지나도 젊은 바리스타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 저 역시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 걸음씩 나아가 세계적인 '바리스타들의 우상'으로 우뚝 설 정제인 바리스타의 당당한 행보를 한식일보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