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그림로스터스 커피랩의 이강옥 대표는 단순한 커피 사업가를 넘어 '커피 순례자'로서 교육과 치유의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납품하는 본업 외에도, 무거운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고 전국 학교와 소외 계층을 찾아가 현장감 넘치는 진로 체험 교육을 제공하며 커피를 통한 자립과 소통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 "찾아가는 커피 교실, 무거운 머신 들고 전국 누벼"
이강옥 대표는 자신을 '커피 순례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로스팅과 원두 납품이라는 주된 업무 외에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식음료 진로 직업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교육 방식이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직접 들고 학교 현장을 방문하는 몇 안 되는 대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이론 교육을 넘어, 학생들이 실제 현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바리스타, 베이킹, 요리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그의 발걸음은 학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대표는 발달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시니어, 그리고 고립·은둔형 청년들의 자립과 자활을 돕는 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는 "소외된 이들이 커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흙에서 배운 철학, 한식과 커피의 조화를 꿈꾸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자란 이 대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며 식음료와 조리, 식품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사고를 키웠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농사짓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주방과 친해졌다"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내추럴하고 친화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회고했다.
한식 전문 매체인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커피를 한식에 비유하며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는 정갈하고 다양한 반찬이 어우러지는 '한정식'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한식 이미지로 '신선로'를 꼽으며, "오색 찬란한 재료 속에 고유의 향기를 품은 신선로처럼, 커피 또한 본연의 향기와 맛이 어우러지는 조화의 음료"라고 덧붙였다.
▲ "커피는 세대 잇는 가교… 기술보다 인성이 먼저"
각종 요리 및 바리스타 대회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이 대표는 커피가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도구라고 믿는다. 그는 "심사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의 긴장된 모습 뒤에 숨겨진 열정을 볼 때마다 기쁘다"며 "커피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공통의 주제로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후학 양성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술과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 농부들의 수고와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니, 공동체와 협력할 줄 않는 인품과 겸손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의 때, 물리적인 시간인 '크로노스'에 갇히지 말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꿈을 펼치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꼬리가 아닌 머리가 될 것입니다."
▲ K-커피의 미래와 시장의 양극화
최근 한국 커피 시장의 트렌드에 대해 이 대표는 '양극화'와 'K-커피의 성장'을 꼽았다. 시장은 저가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고가) 시장으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으며,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24시간 무인 카페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커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K-커피'가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며 "이제 커피는 단순한 서구 문화를 넘어 'K-컬처'의 일환으로 세계 속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아침마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핸드드립은 마음의 고요를 만드는 묘약이자, 영혼을 정결하게 하는 의식"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의 커피 여정은 오늘도 한 잔의 커피에 위로와 희망을 담아 누군가에게 건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