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보]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가 71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고 2,665만 달러(약 340억 원)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거두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미식의 수도’ 전남이 K-푸드의 본산임을 대내외에 알리고, 남도 음식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산업’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흥행과 산업적 가능성이다.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 속에 39개국이 참여했으며, 총 71만 명이라는 구름 인파가 이를 방증했다.
KOTRA와 연계한 B2B 수출상담회는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15개국 바이어가 참여해 472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추진됐고, 2,665만 달러의 총수출 상담액은 남도 식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수치로 증명했다. 강위원 전남도 경제부지사가 “남도미식의 가치와 산업적 경쟁력을 세계에 각인시킨 뜻깊은 자리”라고 자평했듯이, 이번 박람회는 ‘글로벌 미식도시 전남’이라는 비전의 단순한 선언을 넘어 그 실현 가능성을 확인시킨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스타 셰프 쿠킹쇼, 세계 김밥 페스티벌, 시군 대표요리 경연 등 42개 콘텐츠와 250여 개 이벤트는 방문객에게 남도 미식의 깊이와 다양성을 체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120억 원(목포시 50억) 예산’ 투입이 무색한 운영 미숙과 기획 부재라는 뼈아픈 오점이 남았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행사 초반 터져 나온 ‘수요 예측 실패’ 논란이 대표적이다. 박람회 사무국은 ‘미식 로드’ 참여 업체들에 하루 500~1000인분의 재료 준비를 안내했지만, 실제 판매는 100인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부 상인들은 수천만 원어치의 식자재를 폐기하며 “목포시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결국 목포시의회가 현장 점검에 나서 긴급 지원책을 논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유료존’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 미흡한 홍보 등 총체적 운영 부실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 박람회’라는 정체성 실종이다. ‘미식산업박람회’라면 음식을 넘어 조리 기구, 식자재, 푸드테크, 학술 콘퍼런스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조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산업 전시관이 부재하거나 극히 미흡”했고, “관광객 유치형 먹거리 행사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분명 K-푸드 수도 전남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71만 명이라는 숫자에 취해선 안 된다. 이번 행사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국제행사로 격상시킨 첫 시도였다.
첫발부터 노출된 안일한 수요 예측, 상인들의 피해, ‘산업’이 실종된 기획력 부재는 차기 행사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박람회의 성공은 단순한 관람객 숫자가 아니다. 참여한 기업과 상인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지역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남도와 목포시는 지금이라도 냉철한 복기를 통해 이번 박람회가 ‘성공한 축제’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확인된 가능성을 실질적인 산업 성장으로 연결하고, ‘먹거리 축제’를 넘어 ‘미식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내실 있는 기획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