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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 김지호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 흥행은 K-POP을 넘어 K-푸드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케데헌’은 K-푸드를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닌, 주인공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친숙한 음식’으로 노출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K-푸드 소비 욕구’를 폭발적으로 자극했다.실제로 영화가 공개된 지난 6월 20일 이후, 전 세계 ‘한국 음식(Korean Food)’ 키워드 구글 검색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 음식을 다루는 데 있어 ‘김치’라는 상징적 클리셰를 의도적으로 벗어나 냉면, 설렁탕, 호떡 등 보다 다양한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며,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인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케데헌’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치의 언급이나 등장을 ‘금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김치를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음식으로 다루는 것이 오히려 고정관념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의도적인 전략 덕분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김밥, 컵라면과 같은 친숙한 분식류 외에도, 한국인이 일상에서 즐기는 다양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물냉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공동 감독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음식으로, 작품에 상징성을 더했다. 또한, 호떡과 어묵탕 등이 거리 음식으로 등장하여 한국의 식문화와 길거리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케데헌’이 K-푸드를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큰 의의는 음식을 단순한 ‘먹방’의 소재가 아닌, ‘정서적 교감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목소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장면에 등장하는 설렁탕이 대표적인 예이다. 뚝배기에 담긴 설렁탕을 멤버들이 함께 먹는 이 장면은 한국인에게 탕, 찌개, 국이 주는 위로(Comfort Food)의 의미를 담아냈으며, 팀워크와 격려의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음식에 스며든 이러한 한국적 정서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처럼 음식에 정서적 맥락을 부여한 디테일은 많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한국 문화 고증의 놀라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케데헌’의 성공은 K-푸드 산업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K-푸드의 세계화는 ‘김치’나 ‘불고기’ 같은 대표 메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를 담아내는 다양한 메뉴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케데헌’ 열풍의 직접적인 수혜로 라면과 김밥 관련 기업들의 주가 및 수출 호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K-콘텐츠와의 협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경로임을 입증했다. 앞으로 K-푸드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케데헌’처럼 K-푸드의 다양성과 정서적 가치를 담아낸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및 협업에 집중해야 한다.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 대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는 다양한 식문화 콘텐츠를 통해 그 지평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케데헌’은 K-푸드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 안에 담긴 깊은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K-푸드 산업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한국의 다채로운 음식이 지닌 스토리와 정서를 결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