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의 주범 'AGEs'를 막는 한식의 지혜
현대 의학은 노화와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AGEs)’을 지목한다. AGEs는 단백질이나 지방이 당과 결합하여 생성되는 변성 물질로, 체내에 축적되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당뇨,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등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AGEs는 특히 고온의 건열 조리 방식인 굽기, 튀기기, 볶기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생성된다. 연구에 따르면, 건열 조리는 비조리 식품에 비해 AGEs 함량을 10배에서 100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한식의 건강성은 바로 이 AGEs 생성 메커니즘을 최소화하는 조리법이 주를 이룬다는 데 핵심이 있다. 물을 사용하는 습열 조리 방식은 AGEs 생성을 현저히 낮춘다. 우리 식탁의 중심을 이루는 삶기, 찌기, 끓이기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물을 이용해 끓이는 요리는 고온의 건열 조리 방식보다 AGEs 생성이 훨씬 적다. 돼지고기를 삶아 기름기를 빼고 담백하게 즐기는 수육, 닭을 통째로 푹 삶아내는 백숙이나 삼계탕 등은 모두 AGEs 생성을 최소화하는 대표적인 저(低)-AGEs 조리법이다.
물론 한식의 대표 메뉴로 알려진 불고기나 갈비구이 등 고온 직화 구이 방식의 메뉴는 AGEs 함량이 높은 식품군에 속한다. 그러나 한식의 근간을 이루는 일상적인 밥상은 탕, 찌개, 찜, 수육 중심의 습열 조리 방식이 주를 이루었기에, 그 본질에 있어서는 저(低)-AGEs 식단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화려하고 자극적인 외식 메뉴보다는, 매일의 일상 식단에서 한식의 진정한 건강 가치를 찾아야 함을 시사한다. 노화 방지와 만성질환 예방 관점에서 볼 때, 일상적으로 즐기는 탕, 찌개, 찜 중심의 식단이 한식의 진정한 건강 가치를 담고 있다.
▲ 영양소 파괴를 막고 흡수율을 높이는 '저유분 조리'
한식 조리법은 불필요한 지방 섭취를 줄이는 동시에, 식재료 본연의 영양소를 보존하고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과학적인 기술을 내포하고 있다.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풍부한 비타민 B군과 C는 물에 잘 녹고 열에 약한 수용성 비타민이다. 뜨거운 물에 오래 데치거나 삶으면 영양소의 절반 이상이 파괴될 수 있다. 한식에서 나물을 만들 때 끓는 물에 '살짝만 데쳐낸 후 찬물에 헹구는' 방식은 이러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이다. 또한, 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찜 방식이나, 저수분 조리법은 수용성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당근이나 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같은 지용성 영양소는 기름과 함께 조리할 때 체내 흡수율이 극적으로 높아진다. 한식에서 각종 볶음 요리나 나물 무침에 들기름, 참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매우 과학적인 조리법이다. 특히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 함량이 6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아, 항염증 작용을 통해 만성 염증을 억제하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 한식 섭취의 임상적 증거: 비만 및 성인병 예방
한식 조리법과 식단 구성의 우수성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제 임상 연구 결과로도 강력하게 입증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질환 문제 해결에 한식이 효과적인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연구팀이 진행한 임상 시험 결과는 한식 섭취가 서양식보다 비만 및 성인병 예방에 훨씬 큰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미공동연구 결과는 한식의 보편적 가치를 입증한다. 과체중 및 고콜레스테롤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한식을 섭취하게 한 결과,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공복 혈당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개선 폭이 미국 권장식이나 일반식 섭취군보다 한식 섭취군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식이 인종이나 기존 식습관 배경과 무관하게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글로벌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연구 역시 한식의 이점을 뒷받침한다. 국내 대사증후군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4개월간 한식 식사 교육을 진행한 결과, 교육 후 허리둘레, 혈압, 중성지방 등 대사증후군의 주요 위험인자가 일제히 감소하였다. 이는 한식의 저염, 저당, 저AGEs 조리 원칙이 만성 염증과 대사증후군 관리의 핵심임을 입증하는 결과이다.
이이러한 결과는 한식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건강을 최적화하는 조리 방식'을 내포하고 있으며, 저속노화 식단의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한식의 저(低)-AGEs, 저유분, 영양 극대화 조리 원칙은 현대인의 건강 문제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과학적 해법이다.
다음 연재 기사 ④부에서는 이러한 한식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식탁을 바꾸고 있는 MZ세대의 저속노화 한식 트렌드와 푸드테크 활용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