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셰프 인터뷰] 나의 커피에서 '우리'의 브랜드로! 박세진 바리스타가 꿈꾸는 내일
    • 한식일보는 유망한 청년 셰프들을 꾸준히 발굴하여 그들의 열정과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덕소 로스팅 공장에서 로스터로 근무하고 바리스타 박세진님을 만났습니다.


      Q 바리스타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한식일보 구독자 여러분! 저는 바리스타 박세진입니다. 어린시절 추억이라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빵 굽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구워 보면서, ‘언젠가 내가 만든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음료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죠. 그러다 자연스럽게 디저트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료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때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과·제빵과 커피를 함께 배울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 선택이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디저트와 커피의 조화를 고민하던 어린 시절의 취미가 지금의 바리스타라는 길로 이어졌고, 그 과정 전체가 저에게는 바리스타의 길을 걷게 된 아주 특별한 계기이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커피를 배우고 처음으로 바리스타로 커피를 내렸을 때 첫 고객을 만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처음으로 제가 내린 커피를 손님께 대접했을 때를 떠올리면,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때 손님들께 나가던 한 잔 한 잔이, 이제는 ‘내가 내린 커피’라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TV에서만 보던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실제로 제가 가지고, 제 손으로 내린 커피를 손님께 “음식”처럼 대접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뿌듯했습니다.

      그 순간, ‘아, 내가 특성화고를 선택하고 이 진로를 택한 게 정말 잘한 일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아니라, 바리스타로서 첫 손님을 마주한 느낌이었고, 그 경험 덕분에 앞으로 이 길을 더 잘 걸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설렘과 자신감이 뒤섞여 있었던 기억입니다.

      Q 현재 어떤 곳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그곳에서 맡고 계신 역할과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요?
      현재 저는 도심커피 덕소 로스팅 공장에서 로스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된 역할은 우리 고객들을 위해 생두를 로스팅하고, 그 과정에서 저희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담아 커피의 맛과 향을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단순히 원두를 볶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생두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로스팅 포인트를 찾아서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맛’으로 풀어내는 준비 과정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가 고객들에게 어떻게 소개되고 경험될지까지 생각하며, 하나의 제품이 되기까지의 중요한 연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바리스타님께서 추구하는 커피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제가 추구하는 커피의 철학은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부드럽고 긴 여운이 남는 커피”입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제가 내리거나 볶은 커피를 마셨을 때, 입 안에서 타거나 지나치게 쓰지 않고, 설탕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길게 이어지면서, 그 안에 담긴 향과 맛의 층이 차분히 느껴지는 커피를 만들고자 합니다.
      즉, 자극적인 커피가 아니라 누구든지 편안하게 즐기면서도 한 모금 한 모금에 담긴 단맛·향미·밸런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커피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커피메뉴를 개발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새로운 커피 메뉴를 개발할 때 저는 보통 두 가지 루트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첫 번째는 대중적인 메뉴를 만들 때입니다. 이럴 때는 주로 잘 알려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메뉴 구성과 레시피 트렌드를 참고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검증된 조합과 콘셉트를 분석하면서, “이걸 내가 한다면 우리 스타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확장해 갑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섬세하고 전문적인 메뉴를 개발할 때입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콘셉트에 어울리는 하이엔드 카페나 스페셜티 매장을 직접 찾아가서 실제로 음료를 경험해 보고, 바리스타나 업계 분들에게 의견과 조언을 구하고, 느꼈던 맛·밸런스·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저만의 방식으로 레시피를 수정하고 재구성합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그걸 다시 제 스타일로 정리해 새로운 메뉴로 완성시키는 편입니다.

      Q 혹 바리스타로 첫 슬럼프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바리스타로서 처음 겪었던 슬럼프는 ‘대회와 심사에만 갇혀 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정말 많은 대회에 나가고, 또 심사위원으로도 자주 참여하다 보니 ‘커피 인생의 전부가 대회와 심사인가?’ 하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 일,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일에 익숙해지다 보니 시야가 점점 한쪽으로만 좁아졌고, 저도 모르게 ‘내가 이쪽에서는 제일 잘 한다’라는 오만에 가까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때가 제게는 첫 번째 큰 슬럼프였어요. 커피가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즐거움보다 점수와 결과에만 신경 쓰는 제 자신을 보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시기에 저를 아껴주는 주변 동료들과 선배님들이 솔직한 조언과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고,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경쟁과 평가보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떤 바리스타이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계기로 저는 한 번 크게 멈춰 서서 “과연 ‘박세진’이라는 바리스타는 어떤 사람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졌습니다. 나는 손님에게 어떤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 사람인지, 내가 만들고 싶은 커피의 모습은 무엇인지, 타이틀이 없어도 나를 바리스타로 설명할 수 있는 한 문장이 무엇인지 이런 고민들을 천천히 정리해 가면서 조금씩 ‘원래 내가 커피를 좋아했던 마음’을 다시 찾게 되었고, 그 과정 덕분에 첫 슬럼프를 잘 넘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저를 다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겸손함과 균형을 배우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최근 한국커피문화의 트렌드의 변화와 한국커피문화가 세계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요즘 한국 커피 트렌드를
      “빠르게 변하면서도, 현실적인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메뉴, 스페셜티의 스토리와 콘셉트를 강하게 내세우면서 말 그대로 ‘특별한 커피’를 보여주는 흐름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대중성과 실용성, 운영 안정성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분위기입니다.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 경기 침체,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보니, 업계도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꾸준히 팔릴 수 있는 맛과 구조를 가진 메뉴에 집중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창의성이 사라졌다고 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한된 상황 속에서, 각 매장이 자기 색깔을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가격과 동선을 맞추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기라고 느낍니다. 저는 이런 시기를 잘 버티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음 한국 커피 트렌드를 다시 한 번 크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좋은 커피를 만들려는 사람, 그 가치를 이해해 주는 손님, 함께 성장하려는 업계 동료들이 조금씩 모이면서 결국 또 한 번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커피 문화는 세계와 비교했을 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높은 완성도의 음료와 디저트, 감각적인 공간 구성과 서비스 이 세 가지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커피 문화가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커피 문화 속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고유한 커피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섞고 배우는 과정 속에서 “한국다운 커피 경험”이 더 넓게 소개되고 공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K-FOOD가 세계적인 인기인 지금, 커피와 한식을 연계한다면 바리스타님은 어떤 형식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요즘처럼 K-FOOD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상황에서, 커피와 한식을 연결하는 시도는 한국 커피 문화가 세계로 확장되는 데 아주 좋은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고소한 수제 인절미·약과류 디저트와는 견과류·캐러멜 노트를 가진 브라질/과테말라 베이스의 라떼나 플랫화이트를 페어링하고,
      김치·고추장 베이스의 매운 한식 요리 이후에는 산미가 깨끗한 워시드 에티오피아나 케냐 등의 필터 커피를 곁들여 입안을 리셋해 주는 구성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또, 간장·마늘·참기름 향이 살아 있는 한식 육류 요리와는 다크 초콜릿과 스모키한 노트가 있는 에스프레소 혹은 롱블랙을 함께 내어, 고기 구운 향과 커피의 쓴맛·단맛이 서로를 보완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넘어서, 한식의 맛 구조(단맛·짠맛·매운맛·감칠맛)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커피의 산미·단맛·바디감을 맞춰 가는 페어링을 만든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K-커피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국 커피가 이런 방식으로 K-FOOD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전 세계 손님들에게 한국만의 새로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바리스타들과 비교했을 때, 젊은 바리스타로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젊은 바리스타로서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선배 바리스타들이 만들어 놓은 길 위에서 더 빠르게 배우고, 더 멀리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바리스타 분들은 여러 환경, 수많은 손님,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말 그대로 엄청난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들이 오랜 시간 시행착오 끝에 쌓아 온 기술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 같은 젊은 바리스타는 그 기반 위에서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서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길을 잘 닦아 놓은 선배들의 노하우 덕분에 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레시피나 로스팅 방식에 더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현장에서 바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바리스타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앞으로 좋은 팀을 이끄는 헤드 바리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단순히 기술만 뛰어난 바리스타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는 리더이자, 팀원 각자의 강점을 살려 줄 수 있는 헤드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현장에서 같이 웃고, 같이 고민하고, 문제를 마주했을 때 “우리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이 믿을 수 있는 팀원들과 함께 저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혼자 꾸는 꿈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이 브랜드가 바로 우리의 꿈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꿈입니다.

      그 브랜드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려움이 와도 책임을 미루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며, 어떤 고난도 팀으로서 이겨 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자부심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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