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일보가 지난 5개월간 연재한 기획 기사 ‘한식에 숨어있는 저속노화의 비밀’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시점에, 국제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이 던진 화두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랜싯은 보고서를 통해 초가공식품(UPF)을 비만, 2형 당뇨, 우울증 등 12가지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로 지목하며,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즉각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고의적으로 설계된 강력한 쾌락 유발성과 중독성을 가진 초가공식품의 확산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건강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의 긍정적 효과마저 상쇄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경고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30년간 한국인의 식단 에너지에서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맞물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는 지난 10년 새 20~30대 당뇨병 환자 수가 폭증했음을 보여준다. 태어날 때부터 가공식품과 자극적인 맛에 노출된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빠르게 가속 노화의 위험에 직면했다는 의학계의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2030 세대가 ‘저속노화’에 열광하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에게 저속노화 식단은 단순한 장수의 꿈이 아니다. ‘마라탕’과 ‘탕후루’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도파민 푸드’에서 벗어나, 혈당 변동성을 줄이고 최상의 신체 효율을 유지하려는 치열한 생존 전략이자 ‘세로토닌’ 같은 지속 가능한 건강을 추구하는 ‘갓생’ 트렌드의 일환이다. 이는 식품업계에 단백질 강화, 저당, 통곡물 제품의 확산을 불러오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거대한 식품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흐름이 가리키는 종착지다. 랜싯 보고서가 초가공식품의 대안으로 제시한 ‘지구건강식단(PHD)’의 핵심인 통곡물, 채소, 식물성 단백질 위주의 구성은 놀랍게도 우리가 수천 년간 지켜온 한식의 기본 구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현미와 잡곡을 섞은 밥, 식이섬유가 풍부한 나물, 콩을 발효시킨 된장과 청국장은 그 자체로 가장 이상적인 ‘저가공 식품’이자 미래형 식단의 원형이다. 즉, 한식은 단순한 민족 음식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한 글로벌 솔루션으로서의 잠재력을 이미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통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우리 기획 기사가 지적했듯,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나트륨’과 ‘탄수화물’이라는 과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연구들은 김치의 적정 섭취가 나트륨의 해악을 상쇄하는 ‘J커브’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정제된 흰 쌀밥 대신 렌틸콩과 귀리를 섞은 ‘저속노화 잡곡밥’이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훌륭한 대안이 됨을 입증했다.
이제 한식의 미래는 명확하다. 전통의 지혜인 ‘신토불이’ 정신과 ‘약식동원’ 사상을 계승하되, 이를 현대 과학으로 재해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전통 발효 과학에 저염·저당 조리법을 더하고, 푸드테크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밀 영양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한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한식은 이제 ‘맛있는 음식’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삶을 지탱하는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세계적 의학 저널이 경고한 공중 보건 위기 속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함으로 무장한 ‘저속노화 한식’이야말로 K-푸드가 글로벌 미식 시장의 주류를 넘어 미래 식단의 표준으로 도약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