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이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의 대규모 소비가 인류 건강에 광범위하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시리즈 논문을 지난 11월 18일 온라인에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초가공식품을 비만, 심혈관 질환, 정신 질환을 포함한 최소 12가지의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로 지목했으며, 전 세계적인 식량 시스템의 즉각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부터 2024년 사이에 발표된 104개의 연구를 포함하는 체계적인 검토 및 메타 분석을 통해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분석에 참여한 총 참여자 수는 28,814명에서 960,638명에 달했으며,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주로 5년에서 14년 사이였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장 높은 그룹은 최소 12가지의 건강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확인되었다. 여기에는 과체중 또는 비만, 복부 비만,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성 질환과 심혈관 질환 또는 사망, 관상동맥 심장 질환 또는 사망, 뇌혈관 질환 또는 사망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이 포함되었다. 또한, 만성 신장 질환, 크론병, 우울증, 그리고 모든 원인 사망률과도 연관성이 분석되었다. 크론병의 위험비(Risk Ratio, RR)는 1.90(95% CI 1.40–2.59)으로 가장 높았으며, 모든 원인 사망률은 1.18(95% CI 1.12–1.25)로 분석되었다. 보고서는 UPF 소비로 인한 위험 증가는 건강 효과가 입증된 지중해식 식단의 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초가공식품의 위험이 단순히 영양소 함량 문제가 아닌, 의도된 중독성과 복합적인 유해 기전을 통해 발생함을 강조했다. UPF는 고에너지 밀도,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향미 증진제 등을 통해 강력한 쾌락 유발성을 갖도록 설계되었다. 무작위 통제 시험(RCT) 결과, 참가자들은 비(非) UPF 식단 대비 하루 평균 약 500 kcal를 더 섭취하게 되어 과식이 유도됨이 확인되었다. 또한, UPF 섭취가 가장 높은 그룹은 유화제, 착색료, 비당류 감미료 등 잠재적으로 유해한 첨가물 및 그 혼합물을 최소 2배에서 최대 15배 더 많이 섭취했다. 한편 UPF 섭취는 포장재에서 유래하는 프탈레이트, PFAS(과불화화합물) 등의 내분비계 교란 물질 노출 위험을 높이는 것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전했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UPF가 식단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0년간 12.9%에서 32.6%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초가공식품의 연간 1인당 판매량은 저소득 국가(60% 증가), 중하위 소득 국가(40% 증가), 중상위 소득 국가(약 20% 증가) 등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증가하여, 초가공식품의 확산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식단 전환 현상임을 입증했다.
한편, Lancet 보고서의 핵심 주장에 대해 과학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하며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우선, 인과성 확립 문제가 제기되었다. 초가공식품과 질병 위험 증가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 대부분이 관찰 연구에 기반하고 있어, 이는 단순히 상관관계일 뿐 명확한 인과관계를 확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적 또는 생활 습관적 요인과 같은 잠재적인 혼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Nova 분류의 모호성 문제를 거론하며, UPF를 정의하는 Nova 분류 시스템이 식품의 영양 성분이 아닌 가공 목적과 정도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영양 성분이 다른 식품들까지 동일하게 UPF로 분류될 수 있어, 분류의 주관성과 이질성(heterogeneity)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Lancet 보고서 공동 저자들은 대규모 식단 패턴에 대한 장기간의 무작위 통제 시험(RCT)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명시했다. 다만, 기존의 증거는 브래드포드 힐(Bradford Hill)의 인과성 기준 중 7가지를 충족하며, 단기 RCT를 통해 UPF 식단이 과식과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생물학적 타당성이 확인되었다고 반론했다.
보고서는 초가공식품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안으로 ‘지구건강식단(PHD)’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는 통곡물, 채소, 콩류를 중심으로 식물성 식품을 기반으로 하며, 초가공식품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식단 모델이다. 보고서는 공중 보건의 위급성을 강조하고 즉각적인 식량 시스템의 전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