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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혜 한식일보 대표 |
최근 발표된 ‘2024년 한식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는 152조 원이라는 경이로운 매출 규모와 50만 개가 넘는 사업체 수를 통해 K-푸드가 명실상부한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잘 먹히는 음식’을 넘어선 우리 한식의 저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한식일보는 이 통계 뒤에 숨겨진 더 큰 의미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지향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K-푸드는 이제 ‘세계인의 식탁’을 넘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전파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K-푸드의 세계화는 상당 부분 ‘음식’ 자체의 인기에 집중되어 있다.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의 확산과 맞물려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 특정 메뉴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편적인 메뉴의 인기는 유행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으며, 다른 문화권의 음식에 비해 깊이 있는 이해 없이 소비될 위험이 있다. 마치 ‘반짝 스타’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K-푸드 고유의 문화적 맥락과 가치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한식은 단순한 조리법의 나열이 아니다. 절기와 풍습, 공동체의 미학, 그리고 ‘발효’와 같은 과학적인 지혜가 집약된 살아있는 문화 유산이다. ‘제철 식재료’의 중요성, ‘밥상 공동체’의 의미, ‘정성’과 ‘손맛’이 담긴 한식의 본질은 메뉴 자체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무형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치나 장류를 통해 한국인의 지혜와 인내, 공동체 정신을 설명하고, 비빔밥 하나에도 담긴 오방색의 의미와 균형 철학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은 ‘한식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한식문화 체험의 장을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해외 한식당들이 단순한 상업적 공간을 넘어 ‘한식 문화 전파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한식당의 전문성 부족 은 이 지점에서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식을 책임지는 인력들이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한식의 정신과 철학을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문화 대사’로 성장해야 한다.
K-푸드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이제는 이 브랜드를 더욱 견고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차례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한식을 통해 한국의 삶과 지혜를 경험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때, K-푸드는 진정으로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자, 152조 원을 넘어선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는 길임을 한식일보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